나무에게서 받는 위로
나무의 몸속에는 떨켜라는 세포가 있습니다. 떨켜는 나무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서 강제로 잎새를 떨궈내는 일을 합니다. 나무의 자랑은 분명 나부끼는 잎새들일 터인데 나무는 그 자랑들을 버리는 것입니다. 나무는 이렇게 외부로 향한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최소한의 에너지로 혹한을 맞이합니다.
겨울잠을 자는 나무의 몸안에는 얼음세포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얼음물입니다. 이 물은 다른 세포들보다 수천배 더 큰데 놀라운 일은 이 얼음물이 오히려 추위를 막아주어 세포들이 얼어죽지 않게한다고 합니다.
냉혹한 시절이 지나고 봄이 오면 천천히 얼음은 녹고, 녹은 물들은 나무속을 음악처럼 흘러다니며 이제 마악 봄눈을 뜨기 시작하는 세포들에게 부드럽게 스며듭니다. 그리하여 혹한을 견딘 나무가지 끝끝마다 파릇파릇 생기가 돋아나고 연두색 새잎들이 찬란하게 피어납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이토록 깊은 존재와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토록 경이로운 존재와 감동적으로 조우한 적이 없습니다.헐벗은 나무가 제 몸안에 가득 얼음을 품고 겨울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느 때보다 사는 게 힘든 요즘, 나무는 우리에게 놀라운 스승입니다.
정상명(화가/환경운동가)